새벽 종이 울리지 않은 날, 모래는 빵 대신 바람을 배달했다.
종이봉투를 열자 따뜻한 냄새가 골목을 훑었다. 잠든 창문들이 차례로 덜컥거렸다. 모래는 얼른 봉투를 접었다.
“할머니, 또 주문을 잘못 적으셨어요.”
빵집 주인 누름은 밀가루 묻은 손으로 장부를 넘겼다.
“빵 세 개, 아침 한 줌. 제대로 적었는데?”
“아침을 어디서 구해요?”
“종탑에서 떨어지는 걸 받지. 어제까지는.”
모래는 봉투를 내려다봤다. 어제까지 자신이 배달한 빵 속에 아침이 들었다는 말이었다. 그냥 따뜻해서 사람들이 웃는 줄 알았다.
누름이 창밖을 가리켰다. 해가 뜰 시간이 지났는데도 하늘은 회색이었다. 맞은편 세탁소의 젖은 셔츠는 밤새 그대로였다.
“종지기가 없어졌어.”
“그럼 다른 사람이 치면 되잖아요.”
“종은 시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돌아올 시간을 불러. 누구의 아침인지 알아야 해.”
누름은 작은 놋쇠 숟가락을 내밀었다. 손잡이에 모래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네 어머니가 맡긴 거야. 네가 열다섯이 되면 주라고 했는데, 하루 일찍 줘야겠구나.”
모래는 손을 뒤로 감췄다.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늘 그랬다. 어머니는 먼 도시로 일을 하러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편지도 마지막 겨울에서 멈췄다.
“숟가락 받는다고 제가 종지기가 되진 않아요.”
“그러렴. 우선 아침을 사라지게 한 사람이 누군지만 봐 줘.”
그때 봉투 안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작은 구름이 입구를 밀고 나왔다. 구름에는 눈 두 개와 단추 같은 입이 있었다. 밀가루를 뒤집어쓴 쥐처럼 보였다.
“사람 아니거든.”
모래가 뒤로 물러났다.
“네가 아침을 훔쳤어?”
“나는 배달원. 길을 잃었을 뿐이야. 이름은 포실.”
“배달원이 왜 내 봉투에 있어?”
포실은 빵 부스러기를 털었다.
“종탑에서 보낸 주소가 여기야.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맡아 달라고.”
구름이 몸을 뒤집었다. 등에는 얇은 편지가 붙어 있었다. 모래가 떼어 내자 빈 종이에 한 줄이 떠올랐다.
아침을 찾으려면 시장의 마지막 가게에 가라.
누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시장은 가게가 끝나지 않아. 마지막 가게는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 아니야.”
“그럼 뭘 하러 가는데요?”
“되돌려 주러.”
모래는 숟가락을 주머니에 넣었다. 누름이 가져가라고 말하기 전에 봉투도 챙겼다. 빵집 앞에는 첫 손님이 서 있었다. 매일 출근 전에 호밀빵을 사는 우편 수레꾼이었다.
“오늘은 왜 문을 안 열어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다들 잠깐이라고 하네. 수레 바퀴도 같은 자리를 맴돌아.”
모래는 길바닥을 봤다. 수레가 지나간 자국이 동그랗게 겹쳐 있었다. 아침이 없으면 하루가 앞으로 가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시장은 빵집에서 세 골목만 지나면 나왔다. 평소에는 생선 장수의 외침부터 들렸지만 오늘은 모두 속삭이고 있었다. 소리를 크게 내면 남은 시간을 쓰게 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시간을 물처럼 마실 수도 있어?” 모래가 물었다.
“사람은 못 마셔. 기다림은 마실 수 있지.”
포실은 모래의 어깨 위에서 간판을 살폈다. 과일, 양말, 우산. 마지막은 언제나 우산 가게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 뒤로 좁은 통로가 나 있었다.
통로 끝에는 문이 아니라 접힌 식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식탁 위의 팻말에는 손님이 가져올 것을 먼저 적으라고 쓰여 있었다. 옆에 놓인 연필은 심이 없었다.
“가져온 게 빵뿐인데.”
모래가 봉투를 올렸다. 식탁이 덜컹거렸지만 펴지지 않았다. 포실이 귀를 대고 말했다.
“빵 말고, 빵을 누구에게 주려 했는지.”
모래는 수레꾼의 지친 얼굴을 떠올렸다. 늘 바쁜 척하다가 빵을 받으면 잠깐 웃던 사람. 오늘도 그 웃음을 보고 싶었다.
“누군가 기다리는 아침이요.”
식탁이 활짝 펴졌다. 아래에 계단이 나타났다. 모래는 내려가기 전에 시장을 돌아봤다. 누름이 먼 우산 가게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따라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계단 밑에는 하늘을 담은 유리병들이 늘어서 있었다. 노을이 든 병도, 눈이 든 병도 있었다. 계산대 뒤에서 회색 앞치마를 입은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반납하러 왔어?”
“아침을 찾으러 왔어.”
소년은 모래의 숟가락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늦었네. 네 어머니가 맡긴 아침은 방금 팔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