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은 첫 출근 날 가게 이름부터 틀렸다.
간판에는 잠깐 수선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솔은 지원서에 작은 수선실이라고 썼다. 주인 미루는 지원서를 보더니 한참 웃었다.
“작기는 하지. 의자는 세 개뿐이니까.”
“다시 써 올까요?”
“고쳐 쓰면 돼. 우리는 그런 데야.”
미루는 빨간 펜을 건넸다. 이솔은 작은을 지우고 잠깐을 적었다. 면접에서 한 첫 번째 수선이었다.
졸업 뒤 이솔이 한 일은 대부분 임시였다. 행사장 접수, 창고 정리, 포장 보조. 잘했다는 말을 듣기도 전에 일이 끝났다. 이번에도 한 달만 돕는 자리였지만, 가게 열쇠를 받자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장부를 맡아 줘. 물건은 내가 고칠게.”
미루는 손목에 천을 감고 있었다. 넘어지면서 가볍게 삐었다고 했다. 작은 드라이버를 드는 동작에도 얼굴이 찌푸려졌다.
“제가 해 보면 안 될까요?”
“무엇을 고쳐 봤는데?”
“제 안경 나사요.”
“그럼 오늘은 나사부터.”
첫 손님은 접이식 의자를 들고 왔다. 의자는 한쪽 다리가 짧아서 바닥에 놓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은 의자보다 먼저 인사했다.
“이게 자꾸 네네 하는데, 저는 앉고 싶거든요.”
이솔이 웃음을 참자 손님도 웃었다. 이름은 태오. 골목 끝 도시락 가게를 맡고 있었다.
미루는 의자를 뒤집어 보고 작은 고무 받침을 찾았다. 이솔은 서랍마다 이름표가 붙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언젠가, 아마도, 거의 맞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확한 이름이 없는 거예요?”
“기억으로 찾다가 네가 오면 고치려고 했지.”
첫 출근부터 가게의 오랜 계획이 자신에게 넘어왔다. 이솔은 한숨 대신 장부를 펼쳤다. 의자 받침 한 개, 나사 두 개, 작업 십 분.
미루가 말했다.
“십 분은 약속하지 마. 열어 봐야 알지.”
“손님이 얼마나 기다리실지 알아야 하잖아요.”
“모르면 모른다고 알려 주는 것도 일이야.”
이솔은 시간을 지웠다. 태오는 점심 전에만 연락해 달라고 했다. 의자는 가게 밖에서 배달 기사들이 잠깐 쉬는 자리였다.
“새로 사는 편이 싸지 않아요?”
“맞아요. 그런데 앉았을 때 문하고 높이가 딱 맞아요. 인사하기 편해서.”
이솔은 의자를 다시 봤다. 물건의 값 말고 다른 값을 적을 칸은 장부에 없었다.
점심 무렵 의자가 완성됐다. 이솔이 앉아 보고, 미루가 앉아 보고, 마지막으로 바닥을 닦고 다시 앉았다. 의자는 더 이상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태오는 도시락 세 개를 들고 왔다.
“의자 값을 음식으로 내도 돼요?”
“수리비는 따로 주고, 음식은 같이 먹죠.” 미루가 대답했다.
이솔은 계산부터 했다. 수리비가 자신이 쓴 시간에 비해 작았다. 미루가 손님에게 고무 받침이 빠지면 바로 가져오라고 말하는 동안, 이솔은 장부 밑에 작업 시간을 작게 적었다.
태오가 돌아간 뒤 둘은 빈 작업대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세 번째 도시락은 저녁에 찾아올 미루의 동생 몫이었다.
“돈이 별로 안 남는 것 같아요.”
“맞아. 그러니까 내일은 더 오래 걸리는 수리도 받아야 해.”
“그런데 오래 걸리면 손님이 싫어하시잖아요.”
“서로 정하면 괜찮아. 싫다는 말을 듣기도 전에 네가 다 깎아 주지는 말고.”
이솔은 숟가락을 내려놨다. 임시 일을 할 때마다 괜찮다고 먼저 말하던 습관이 떠올랐다. 시간이 더 걸려도, 퇴근이 늦어져도 괜찮다고 했다.
오후에는 부러진 옷걸이와 닫히지 않는 필통이 들어왔다. 이솔은 손님에게 연락처와 희망 날짜를 물었다. 장부가 조금씩 채워졌다. 서랍 이름도 하나 바꿨다. 거의 맞음이 아니라 작은 고무 받침.
문을 닫기 직전, 회색 비옷을 입은 할머니가 종이 상자를 들고 왔다. 상자 속에는 빨간 천으로 감싼 작은 바퀴가 있었다.
“이거 고칠 수 있을까?”
미루는 천을 풀다가 손을 멈췄다. 바퀴에는 오래된 가게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잠깐 수선실의 이전 이름이었다.
이솔은 접수장을 내밀었다.
“언제까지 필요하세요?”
할머니는 한동안 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솔이 방금 바꾼 서랍 이름을 봤다.
“다음 토요일. 그날 내가 이 골목을 마지막으로 한 바퀴 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