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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빌린 물건의 주소

빨간 천 안의 바퀴는 장바구니 수레에 달려 있던 것이었다.

할머니는 수레를 집에 두고 왔다고 했다. 바퀴가 자꾸 빠져서 끌고 오다가 우산 가게에 맡겼다. 이솔은 바로 찾으러 나가려 했지만 미루가 접수장을 가리켰다.

“먼저 이름.”

“온례. 온돌 할 때 온, 예의 할 때 례.”

이솔이 천천히 받아 적자 온례가 웃었다.

“다들 한 번에 못 쓰는데, 오늘은 안 물어보네.”

“틀리면 고치려고요.”

미루가 작업대 뒤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솔은 그 작은 동작이 생각보다 좋았다.

수레에는 꽃무늬 천 가방이 달려 있었다. 바닥의 나무판은 닳았지만 단단했다. 바퀴를 끼우는 축 끝의 나사산이 뭉개져 있었다. 이솔은 고무 받침처럼 간단히 고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새 축이 필요해요.”

“그 부품이 아직 나올까?” 온례가 물었다.

미루는 부품 상자의 바닥을 뒤졌다. 같은 길이의 축은 있었지만 굵기가 달랐다. 직접 깎으려면 다른 가게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솔은 다음 토요일까지 고칠 수 있다고 말하려다 멈췄다.

“내일 부품을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지금은 날짜를 확답하기 어려워요.”

온례는 의외로 편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되지. 내가 내일 모르는 걸 오늘 알라고 할 수는 없잖아.”

온례가 떠난 뒤 이솔은 왜 마지막으로 골목을 도는지 물었다. 미루는 남의 사정까지 대신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궁금하면 다음에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다음 날 이솔은 철물 가게 두 곳에 전화를 걸었다. 한 곳은 부품이 없었고, 다른 곳은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사진을 찍다가 작업대의 그림자 때문에 세 번 다시 찍었다.

태오가 도시락 배달을 왔다.

“수레 주인 아세요?”

“알죠. 제 가게 처음 열었을 때 반찬 하나씩 사 주셨어요.”

“곧 이사하세요?”

“그건 본인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네요.”

동네 사람들은 모두 같은 답을 했다. 이솔은 골목에 비밀이 있는 줄 알았지만, 어쩌면 그냥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온례에게 전화하자 철물 가게에 같이 가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혼자 해결해서 결과만 알려 주려던 계획이 바뀌었다.

“손님까지 움직이시게 해서 죄송해요.”

“수레를 삼십 년 쓴 사람이 나야. 네가 모르는 치수도 알지.”

버스 정류장에서 온례는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안에는 같은 수레에서 빠진 와셔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새 축에 꼭 필요한 부품이었다.

철물 가게 주인은 수레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건 요즘 잘 안 써요. 접히지도 않는데.”

“접힐 필요가 없었거든.” 온례가 말했다. “우리 집 문 옆에 늘 자리 있었어.”

주인은 축을 재고 이틀 뒤에 맞는 부품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이솔은 가격을 물었다. 수레를 새로 사는 값의 절반쯤이었다.

온례는 망설이지 않았다. 대신 가방 천은 그대로 두자고 했다. 모서리에 손바느질 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 온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골목을 떠나지는 않아. 토요일부터는 수레 없이 다니려고.”

“왜요?”

“집을 줄여. 혼자 사는데 살림은 여전히 세 사람 몫이라서.”

이솔은 위로할 말을 고르다가 아무 말도 못 했다. 온례는 정류장 의자에 앉으며 무릎을 두드렸다.

“마지막 장보기가 아니라 마지막 배달이야. 빌린 물건들을 돌려주려고.”

“수레가 꽉 차겠네요.”

“그게 문제지. 돌려줄 게 생각보다 많아.”

온례는 주머니에서 접은 종이를 꺼냈다. 우산, 큰 찜통, 꽃삽, 행사 조끼. 이름 옆마다 언제 빌렸는지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솔은 한 줄에서 눈을 멈췄다. 잠깐 수선실, 노란 우산, 십팔 년 전.

“미루 사장님한테 빌리신 거예요?”

“그때 주인은 다른 사람이었어.”

온례는 종이를 다시 접었다. 이솔은 더 묻지 않았다. 돌아갈 날짜를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 물건도 있을 것이다.

가게에 들어가자 미루가 노란 우산을 보고 굳었다. 온례가 건넨 말은 평범했는데, 미루는 대답을 잊었다.

“네 아버지가 빌려준 거야. 이제 너한테 돌려줘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