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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시 십이 분의 안내 방송

1화 · 닫힌 방의 손님

오후 네 시 십이 분, 기록관 안내 방송이 닫힌 방의 번호를 불렀다.

“삼십이 번 보관실의 손님은 접수대로 와 주십시오.”

서하는 펜을 떨어뜨렸다. 그 방은 지난주에 비운 곳이었다. 창문도 없는 작은 방에 남아 있던 것은 철제 선반 하나뿐이었다.

맞은편에서 목록을 정리하던 도윤이 시계를 봤다.

“예약 방송인가?”

“이사 전에 다 지웠어. 내가 확인했고.”

온목 기록관은 사흘 뒤 새 건물로 옮길 예정이었다. 방문객은 오전에만 받았다. 오후에는 남은 직원 둘과 상자를 운반하는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서하는 안내 장치의 재생 기록을 열었다. 마지막 방송은 정오의 폐관 안내였다. 네 시 십이 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도윤이 삼십이 번 열쇠를 가져왔다.

“같이 가자. 혼자 확인하지 말고.”

두 사람은 복도 조명을 모두 켰다. 청소용 수레 뒤에도, 접힌 칸막이 뒤에도 사람이 없었다. 서하는 방문객 명부를 확인했다. 오전 마지막 손님은 열한 시 사십 분에 나갔다.

삼십이 번 보관실의 봉인 띠는 그대로였다. 서하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은 뒤 열쇠를 돌렸다. 먼지 냄새와 빈 선반이 맞았다.

선반 두 번째 칸에 종이컵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건 지난주에 없었어.”

컵 안에는 접은 출납표가 들어 있었다. 서하는 바로 펴지 않고 도윤에게 가까이 와 달라고 했다. 둘이 보는 앞에서 종이를 열었다.

반출 번호 칠십사. 받는 사람 한서하.

서하는 자기 이름을 두 번 읽었다. 필체는 알 수 없었다. 기록관 양식에 인쇄된 글씨였다. 아래쪽 반출 시간은 오늘 오후 다섯 시였다.

“내가 신청한 건 아니야.”

“번호부터 확인하자.”

접수대로 돌아오는 동안 안내 방송이 다시 울렸다.

“손님은 출구를 바꾸지 마십시오.”

도윤이 방송실 문을 열었다. 작은 공간은 비어 있었다. 마이크 전원도 꺼져 있었다. 서하는 통제 장치를 끄려고 손을 뻗다가 멈췄다. 먼저 상태를 남겨야 했다.

두 사람은 사진을 찍고 안내 장치를 껐다. 서하는 관리 책임자인 선욱에게 전화했다. 선욱은 새 기록관에 있었고, 오십 분쯤 뒤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방송 장치는 만지지 말고 기다려. 출입 기록도 보관해.”

서하는 이미 전원을 껐다고 알렸다. 선욱은 알았다며 누구도 혼자 남지 말라고 덧붙였다. 통화가 끝나자 도윤이 반출 번호 목록을 가져왔다.

칠십사는 사라진 상자가 아니었다. 기증품 임시 보관함이었다. 내용은 옛 동네 소리 기록, 네모난 음성 테이프 스물여섯 개.

“이건 새 건물로 먼저 보냈잖아.”

“목록에는 그렇네. 그런데 수령 확인이 없어.”

서하가 처음 채용됐을 때 정리한 자료였다. 사람들이 사라진 길과 오래된 가게의 소리를 직접 녹음해서 가져왔다. 기증자 이름은 각 테이프에 손으로 쓰여 있었다.

자기 이름이 왜 반출표에 있는지 서하는 알 수 없었다. 담당자였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도윤은 이사업체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칠십사 번호는 운반 목록에 없다는 답이 왔다. 서하는 컴퓨터 화면의 반출 날짜를 확대했다. 어제였던 날짜가 오늘로 바뀌어 있었다.

“수정한 사람이 누군데?”

사용자 칸에는 공동 계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폐관 준비를 서두르며 임시로 만든 계정이었다. 서하는 처음으로 그 편리함이 무섭게 느껴졌다.

둘은 출입문 가까운 접수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도윤이 물을 가지러 가려 하자 서하는 함께 일어났다. 창고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까지 귀에 들어왔다.

문밖으로 배송 수레가 지나갔다.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시계와 번호표를 서하는 확인했다. 오후 네 시 사십 분이었다.

접수대 전화가 울렸다. 표시창에는 내부 삼십이 번이라고 떴다. 빈 방에는 전화선만 남아 있었다.

서하는 스피커를 켜고 받았다.

“기록관입니다.”

짧은 잡음 뒤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달 행사 안내를 녹음할 때 쓰던 말투였다.

“한서하 씨, 다섯 시 전에 칠십사 번을 버려 주세요.”

그리고 낮고 낯선 목소리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 상자에 지금 없는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