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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비 오는 날의 창

다음 날 아침, 하도은은 답장을 벤치에 두고 내려갔다.

「네. 빨개지면 드셔도 됩니다. 다만 아직 초록이에요. 성급하시면 배 아파요. —도은」

이름을 적은 건 처음이었다. 주머니 속 손이 괜히 뜨거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쪽지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설명하기엔 너무 작고, 너무 특별해서였다.

점심때 다시 올라와 보니 메모가 바뀌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참겠습니다. 도은 씨. —현우」

씨. 그 한 글자에 웃음이 났다.

그날부터 둘의 쪽지는 짧아지고, 잦아졌다. 물은 이틀에 한 번. 통풍은 오후 네 시 이후. 바질은 꼭대기 순을 잘라야 옆으로 퍼진다. 현우는 모르는 말을 하나씩 물어왔고, 하도은은 그림까지 그려 설명했다.

어떤 날의 쪽지에는 작은 토마토 그림이 있었다. 동그라미 옆에 물음표. 그녀는 그 옆에 해바라기처럼 웃는 얼굴을 그려 두었다.

목요일에는 민트 화분이 넘어져 있었다. 흙은 쓸어져 있었고, 줄기는 멀쩡했다. 메모가 돌멩이 밑에 고정되어 있었다.

「새벽 바람에 쓰러졌습니다. 다시 세웠고, 물은 과하게 안 줬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하도은은 그 문장을 읽고 가슴이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이 업무처럼 단정해서 더 다정했다.

금요일 밤. 비가 내렸다.

하도은은 우산을 쓰고 옥상으로 뛰었다. 온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현우가 젖은 제복 차림으로 창을 닫고 있었다.

"왜 우산도 없이!"

"순찰 중이어서…… 비가 갑자기. 예보를 봤어야 했는데."

그녀는 우산을 그의 어깨 쪽으로 밀어 주었다. 두 사람이 좁은 우산 아래 서자, 빗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제복 어깨가 이미 젖어 어두워져 있었다.

"들어가세요. 감기 걸려요."

"도은 씨는요?"

"나는 식물 확인해야죠."

현우가 우산을 도로 밀어 주며 말했다.

"같이 확인하죠. 제가 창을 잘못 열어 둔 것 같아서요."

온실 안은 따뜻했다. 빗물이 유리를 타고 흘렀다. 방울토마토 잎이 흔들렸다. 습도가 올라 유리에 김이 서렸다.

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온실, 왜 혼자 지키세요?"

하도은은 흙을 만지며 대답했다.

"처음부터 예쁘진 않았어요. 버려진 화분이 많았거든요. 사람들이 관심 끊으면 식물은 금방 티가 나요. 그런데 손을 대니까…… 돌아오더라고요. 사람이든 식물든."

현우가 잠시 침묵했다. 손전등 빛이 온도계에 멈췄다. 스물여섯.

"저는 야간이 길어서, 말이 필요한 날이 있어요. 그런데 식물은 답을 안 해도 들어 주더라고요. 쪽지를 쓰면서…… 처음으로 누가 읽어 주길 바랐습니다."

하도은이 그를 바라보았다. 비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에 붙어 있었다.

"저한테도 말해도 돼요. 식물 말고."

현우가 웃었다. 짧고, 부끄러운 웃음이었다.

"그럼…… 내일은 쪽지 대신, 직접 물어도 될까요? 토마토가 언제 빨개지는지. 그리고…… 도은 씨는 왜 온도를 그렇게 자주 재는지."

"내일 저녁 일곱 시. 여기로 오세요. 설명은 길어요."

우산 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온도계 바늘처럼 아주 조금 올라 있었다.

현우가 나가며 뒤를 돌아보았다.

"도은 씨. 오늘 창은…… 제가 잘 닫았을까요?"

하도은은 문을 두드리듯 답했다.

"완벽해요. 내일 봐요."

문이 닫힌 뒤, 그녀는 빈 벤치를 쓸었다. 물기가 손가락에 남았다. 이상하게도 춥지 않았다.

휴대폰 메모장에 그녀는 적었다.

‘일곱 시. 우산 여분. 설명은 길게, 마음은 천천히.’

집까지 돌아가는 길, 하도은은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을 바라보았다. 현우의 제복 어깨가 젖어 있던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편의점에서 생강차를 사서 마시며 웃었다.

"직접 묻는 수업이라…… 내가 선생이야, 학생이야."

휴대폰에 알람을 일곱 시로 맞춰 두었다. 알람 이름은 ‘창 반’으로 저장했다. 저장 버튼이 생각보다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