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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배고픔 진압국수

새벽부터 줄이 생겼다.

태산은 밀가루를 치며 한숨을 쉬었다. 손님 중엔 검에 상처 입은 자, 심법 오류로 체한 자, 심지어 ‘사랑에 차여 기가 막힌’ 자도 있었다. 한 청년은 주문 전에 시를 한 수 읊으려다 태산에게 제지당했다.

"시는 계산 후에. 면이 불어요."

"사장님, 실연 회복 국수 있어요?"

"파 많이 넣을게요. 울면 고명 서비스. 단, 다른 손님 어깨에 묻히면 안 됩니다."

그날 정오, 흰 무복의 설이 다시 왔다. 같은 자리, 같은 주문.

"평범한 거."

태산이 그릇을 내밀며 물었다.

"이름은 설이에요?"

"설아. 위설아. 위산파 외문 제자요. 검술은…… 보통. 국수 평가는 자신 있어요."

"저도 보통 아래요. 삼수. 국수 평가는…… 손님이 해요."

설아가 국수를 먹다 웃음을 터뜨렸다. 국물이 살짝 튀었다. 태산이 행주를 건네자 그녀가 고개를 숙여 받았다.

"삼수가 국수로 고수를 고치고 있으니, 세상은 불공평하네요."

"공평하려면 제가 검에 붙어야 하는데, 국물이 더 정직해서요."

오후, 소란이 일었다. 거구의 무인이 문을 발로 찼다. 문짝이 울리고 간판이 더 기울었다.

"여기가 가짜 명의 국숫집인가! 내 사는 어제의 그 은자를 내놔!"

태산이 국자를 들었다. 무기는 그것뿐이었다. 그래도 자세는 검수 시험 때보다 나았다. 배가 걸려서인지, 아니면 가게라서인지.

"맛없으면 환불해 드립니다. 그런데 어제 손님 명단엔…… 거구에 검집 빨간 끈, 맞으시죠? 두 그릇 드셨는데요."

거구가 탁자를 내려쳤다. 그릇이 달그락거렸다. 줄 서 있던 고수들이 슬쩍 일어섰다. 공기가 팽팽해졌다.

설아가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맛없다고 문을 차지 마세요. 여긴 수련장 아니니까. 배고프면 앉으세요."

"잔말은!"

거구가 기세를 뽑았다. 태산은 눈앞이 핑 돌 뻔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거구의 배가, 크게 울렸다. 꼬르륵. 이어서 한 번 더. 꼬르르륵.

모두가 멈췄다. 파리 한 마리도 날지 않는 침묵이었다.

태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식사 안 하고 오셨어요?"

거구의 귀가 빨개졌다.

"수련에 바빠서…… 아침을 검으로 대신하려 했더니."

"앉으세요. 큰 그릇으로 드릴게요. 환불 대신 추가 고명. 파, 계란, 김."

십 분 뒤, 거구는 눈물을 훔치며 국수를 넘기고 있었다.

"이…… 이 온기가 심장을 두드리네. 내가 배가 고팠던 거였어. 명의가 아니라 면의였어."

줄 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누군가는 "국수 검법의 승리!"를 외쳤다. 태산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설아가 카운터로 와 속삭였다.

"사장, 당신 검보다 배고픔을 잘 다루네요."

"그게 제 유일한 합격이에요."

해가 질 무렵, 거구는 단골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갔다. 나가며 문도 손으로 닫았다. 벽에는 새로운 쪽지가 붙었다. 설아의 글씨였다.

「내일은 비빔. 평범하게 매콤하게.」

태산은 밀가루 봉지를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江湖가 국수로 돌아가면, 검수 시험은 대체 뭐야."

밖에서는 이미 ‘태산 배고픔 진압국수’라는 새로운 별명이 돌고 있었다. 그는 간판을 똑바로 고치려다 말았다. 기울어진 채로 두는 편이, 왠지 더 장사가 될 것 같았다.

거구가 남긴 은자 옆에 작은 사과 쪽지가 있었다.

「문 발로 찬 건 반성. 손으로 열겠음. 국수는 계속.»

태산은 그 쪽지를 설아의 쪽지 아래에 나란히 꽂았다. 벽이 점점 게시판이 되어 갔다.

"江湖 공지사항이 국숫집에 붙네."

그는 밀가루를 덮어 두고 하품을 했다. 배고픔은 진압했고, 졸음은 내일의 숙제였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앞을 보았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앞을 보았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